SI그림책학교

SI그림책학교의 첫인상ㅡ입학설명회부터 오리엔테이션까지

낭만다람쥐 작업실 2020. 3. 15. 23:25

그림을, 그중에서도 그림책 작가가 되기 위해 제대로 배우기로 마음을 먹고 전문 기관을 알아보았다.


1. SI그림책학교 http://sipicturebook.com/

2. 꼭두 일러스트 www.kkoktu.com/

3. 한겨레 교육 그림책 작가 과정 https://www.hanter21.co.kr/

4. 북극곰 출판사 그림책 워크숍 http://blog.naver.com/codathepolar/221741460899

5. 그림책상상 그림책학교 http://www.imagination.kr/

 

이 외에도 여러 곳이 있지만, 내가 알고 있던 곳 중에 2020년 모집요강이 바로 나오는 학교들만 추려보았다. 학교마다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철학이나 가르치는 스타일, 그에 따른 수업기간과 등록금이 모두 다르다. 다른 곳의 입학설명회나 수업은 따로 들어보지 않아서 정확한 비교는 안되겠지만,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본인의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수업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본인이 그림책 작가로서 이루어 가고 싶은 방향과 학교가 추구하는 방향이 일치하는지의 여부를 꼭 따로 확인해보면 좋겠다.

 



그 중에서도 나는 SI그림책학교를 다니기로 결정하였는데, 결정적 계기는 입학설명회와 면담이었다. 


일차적으로는 학교에 대한 브랜딩이 잘 되어있고, 학교 홈페이지에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내용들을 통해 한 눈에 봐도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져서 입학 설명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조선경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가 한 한 마디의 말이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공명을 해서 끊임없이 맴돈다.

"그림책 작가가 되기 이전에 예술가가 되어야 하고, 예술가이기 이전에 철학자가 되어야 하고, 철학자이기 이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

사람은 그가 살아온 궤적으로 느껴지는 깊이와 아우라 같은 것이 있는데, 입학설명회에서 그의 인생에 걸친 진솔한 생각들을 건네 받으며 진정성이 느껴졌고 그에게 신뢰가 생겼다.


SI그림책학교의 커리큘럼도 그림책 작가가 되기 이전에 예술가가 되고, 예술가이기 이전에 철학자, 철학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을 키워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그의 말과 일관되게 정리되어 있다. 한 사람이 가진 사고방식과 철학을 다듬고 그림의 본질적인 의미에서부터 시작해 궁극적으로 가르치고자 하는 방향을 알 수 있다.

그림은 이렇게 그리는 거야, 그림책은 이렇게 만드는 거야ㅡ이렇게 일방적으로 전형적인 방법을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라, 내 안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제시해주고, 작가가 되려는 본인이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펼치고 싶은 작가 고유의 세계관과 작업관을 다듬고 세상에 어필할 수 있는 본인만의 매력을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하려고 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현역에서 일하면서 국제적으로 명성을 쌓고 있는 여러 해외 작가들을 초청하여 워크샵도 진행하면서 그들의 작품들을 직접 보고, 작업관과 작업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같이 작업도 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많이 마련해주려고 하신다. 현역에서 그림을 그리지 않고 가르치기만 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이곳에서는 가능할 것 같았다.


그는 늘 파란색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다. 내게 인식된 그의 인상은 그림책 학교 계의 스티브 잡스랄까.

그는 예술가로서의 예술에 대한 애정과 긍정적인 관점에서의 고집스러움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선생님이나 교수님으로 추켜 세워지고자 하는 권위를 간지러워 했다. 오리엔테이션 때도 그런 호칭들 대신에 선경이라는 이름을 불러주길 원했다. 합격통지 메일에는 작업과 삶을 같이 살아내는 친구이자 동지의 관계가 되고자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입학설명회의 마지막에는 한 노년의 작가가 이미 그려주기로 계약된 그림들 덕분에 죽지도 못하고 건강할 수밖에 없다고 웃으면서 말했던 일화를 들려주며 그 작가처럼 나이가 들어서 눈을 감을 때까지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진심이 느껴졌다.

말로 가르치시는 분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고 계신 걸 보여주시는 분 같았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더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 거겠지만, 이번에도 나는 내 직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알을 깨고 나오듯 내가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지 내 생각의 프레임을 깨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걸 깨는 사람은 선생님이 아니라 나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나는 달라질 수 있다.

지원을 결정하고 입학신청서, 포트폴리오, 에세이를 제출했다. 비전공자의 경우 그림 대신 그동안 본인이 해왔던 작업(시인이라면 시집도 괜찮고, 사진가라면 사진도 괜찮고)을 내도 된다고 하셔서 나는 그동안 작업했던 한복과 생활한복을 제출했다. 에세이는 미사여구 없이 본인이 인생을 살면서 가지고 있던 생각/관심사에 대해 쓰면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 지원자 모두에게 주어지는 30분의 1:1개별 면담의 시간이 있었다. 떨렸지만, 최대한 꾸밈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일치하는지 알아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대략적으로 기억나는 질문들을 추려보면ㅡ

이제까지 살아온 배경에서 우리 학교에 지원하기까지 어떤 경로를 거쳐서 지원하게 되었는지,
우리 학교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하던 일에서는 어느 정도 위치에 와있다고 생각하는지,
살아온 배경을 보면 전혀 그림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림을 시작하겠다고 생각한 이유, 그림책에 대한 최소한의 접점은 무엇인지,
그림책으로 어떤 걸 하고 싶은지,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상업적/예술적),
최근의 관심사 혹은 살면서 어떤 쪽으로 관심이 많았는지와
답변에 이어지는 세부 질문들이 있었다.


정답은 없겠지만, 지원자의 인성, 성향, 작가로서 살아가려고 하는 의지, 긴 공부의 기간을 참을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면접을 보고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데 어찌나 마음이 떨리던지. 학교 다니기 시작하고부터는 마음이 더 흥분 상태다. 사족이지만, 연애를 하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설레고 외롭지 않고 마음이 꽉 채워지는 기분이 드는 건 요즘이 처음이다. 그림 그리는 게 즐겁고,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설레고 기쁘다. 그래서 다음 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기대된다.

 



34기 오리엔테이션에는 그림책 작가라는 같은 꿈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총 33명인데, 19명이 미술/디자인 전공자, 14명이 비전공자로 구성되었다. 자기소개를 나누며 들어보니,  모두 그림에 대한 갈급함과 열망이 있고 생각의 결이 비슷한 사람들인 것 같았다.


짬을 내서 미뤄두었던 꿈을 키워가려는 엄마들,
본업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은 직장인들,
디자인 일을 하고 있지만 외주 작업보다는 자기 그림 작업을 하고 싶은 디자이너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학교로 온 소신 있는 스무살 친구,
대학을 잠시 쉬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배우려는 휴학생들도 몇 명 있었고,
나와 같은 핸드메이드 작가님도 계시고, 귀여운 스님도 한 분 오셨다!
배우려는 열정으로 제주도에서 올라오신 분도 한 분 계셨다!


멋진 분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고, 앞으로 이 분들과 함께 나누게 될 대화들과 그림 수업들이 기대되는 마음이다. 아무래도 같은 꿈을 꾸는 동지가 생기고 같은 방향의 가르침을 받는 커뮤니티가 형성되어서 든든한 느낌이 든다. 서로가 멋진 작품을 만드는 그림책 작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주고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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